1977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퐁피두 센터는 파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산업적인 외관과 선명한 색상의 노출된 파이프를 갖춘 이 거대한 문화센터는, 역사적인 마레 지구 변두리에 자리하면서 주변 환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이른바 ‘뒤집어진 건축’(inside-out construction) 방식은 19세기 조르주 외젠 오스만(Georges-Eugène Haussmann)의 파리 개조 사업을 통해 조성된 전형적인 건축물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시 건물들은 커다란 창문과 섬세한 세공이 돋보이는 철제 발코니를 특징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퐁피두 센터의 목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 센터에 대한 구상을 밝힌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현대적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1972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파리가 미국에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시도해 온 것과 같은 문화센터를 갖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라 창작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구상한 계획은 다양한 예술 형식을 한 공간에 모아두고, ‘현대적이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눈길을 사로잡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개관 50주년을 앞둔 퐁피두 센터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5년간 운영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프랑스 문화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현지에서는 퐁피두 센터를 ‘보부르(Beaubourg)’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기술적 문제’
이번 폐관은 파리 미술계가 이미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루브르 박물관의 대대적인 개편을 발표했습니다. 루브르 관장이 박물관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모나리자를 포함한 소장품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루브르처럼 다빈치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퐁피두 센터의 미술 작품 또한 그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닙니다. 이곳에는 피카소, 마티스, 샤갈 등의 작품을 포함해 총 14만 점이 넘는 현대미술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매년 약 320만 명이 이곳을 방문해 전시, 영화, 공연을 감상하며, 공공 도서관(Bibliothèque publique d’information, BPI)도 이용합니다.
퐁피두 센터의 주요 공간 중 상당수는 무료로 개방되며, 외관을 따라 설치된 ‘애벌레 모양의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77년 개관 당시에는 최첨단 건축물로 여겨졌지만, 현재 퐁피두 센터는 여러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관리팀은 이곳이 21세기의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석면입니다. 한때 방화재로 널리 사용되었던 이 유독 물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또한, 이 건물은 탄소 배출량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10개 층으로 구성된 퐁피두 센터는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게다가, 지속적인 테러 위협이 존재하는 가운데 보안 강화도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한 개보수 공사에는 약 2억 6천만 유로(한화 약 3,960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퐁피두 센터가 2030년까지 폐관해야 한다는 사실이 확정되자, 로랑 르 봉(Laurent Le Bon) 센터장은 이를 ‘기관을 전면적으로 재구상할 전례 없는 기회’로 보고, 대대적인 문화적 변화를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퐁피두 센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심각한 실수’
프랑스에서 퐁피두 센터의 폐관 소식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프랑스 예술계 주요 인사들은 정부에 공개 서한을 보내 이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들은 이번 결정을 “심각한 실수”이자 “우리나라 문화 생활에 대한 큰 타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석면 제거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센터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퐁피두 센터가 공공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면 폐관이 아닌 점진적인 개보수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파리 곳곳에는 루이 비통 재단(Louis Vuitton Foundation)과 피노(Pinault) 컬렉션이 소장된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등 자금이 풍부한 사립 미술관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공개 서한을 작성한 인사들은 이러한 미술관들의 등장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퐁피두 센터는 “공공 서비스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우리 문화와 현대성을 상징하는 이 공간을 보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폐관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은 건축 회사 모로 쿠스노키(Moreau Kusunoki)가 맡게 되었으며, 치열한 경쟁 끝에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공사 비용은 약 1억 8,600만 유로(약 2,560억 원)로 예상되며, 퐁피두 센터 자체 자금과 후원 계약을 통해 충당될 예정입니다. 내·외부는 물론, 넓은 광장까지 포함해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집니다. 미술관, 공공 도서관(BPI), 갤러리, 영화관, 공연장, 상업 공간 등이 이번 개보수로 혜택을 받게 됩니다.
관리팀은 2025년을 ‘변화의 해’로 명명하며, 단계적으로 폐관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공연 및 영화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으며, 오는 3월 2일에는 BPI가 폐쇄됩니다. 이후 미술관도 문을 닫고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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